주성우 장편소설
사륙판 (130*190) | 값 9,000원 | 2012년 5월14일 출간
ISBN 978-89-257-2611-3 03810
◆이 책은
청춘의 푸릇푸릇한 사랑을 노래하다.
<웃지 마, 바보>
지루빈이라는 닉네임으로 로망띠끄에서 성황리에 연재되었던 <웃지 마, 바보>가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곁에 머물기 위한 남녀의 심리를 풋풋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하는 자, 최고의 연기자가 된다.
이준아에게 사랑은 끔찍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어긋난 사랑으로 고통받은 그녀에게 사랑은 결코 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과거. 정신우를 만나는 순간 어떤 것도 준아의 마음을 가로막지 못했다.
정신우에게 이준아는 사랑이다. 사랑이 끔찍하다는 여자를 붙잡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 그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인 양 본성을 감추고 연기를 했다.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는 정신우라, 그녀가 그를 버리지 못하도록.
■ 저자 주성우
작가 연합 사이트 ‘탑시크릿(http://cafe.naver.com/topsecret08)’에 상주.
집필 예정작
≪다가가다≫
≪오, 나의 신님≫
≪Cold Fish≫
■ 목차
제의
진실 게임
오해
회상
첫 수업 & 첫 촬영
4자, 아니 5자 대면 & 회상Ⅱ
질투 & 회상Ⅲ
저녁 식사
고백
그들의 실연
고백Ⅱ
활짝
+1 또는 에필로그
작가 후기
■ 본문 중에서
신우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묵묵히 운전만 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현관문 앞에 설 때까지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극히 이성적인 모습으로 구두를 벗고, 거실에 들어서서 형광등 스위치를 눌렸다. 어둠에 잠겼던 거실이 환하게 밝아지자 그제야 날 향해 돌아선 신우가 사납게 소리쳤다.
“집에 가라고 했잖아! 아프다는 애가 전화도 안 받고 그런 데서 대체 뭘 한 거야!”
갑작스럽게 돌변한 태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신우의 고함 소리가 기폭제라도 된 듯 꾹꾹 눌러 참았던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니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아프든 말든, 내가 어디 가서 뭘 하든 말든, 니가 뭔데 스토커처럼 전화질에, 그것도 모자라 거기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건데!”
격렬한 반응이 의외였는지, 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침통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런 신우를 똑바로 응시하며 마치 진심인 듯 거침없이 말을 쏟아 냈다.
“이런 식으로 집착하고, 간섭하고, 내 생활 죄다 망가뜨리는 거! 이젠 나도 아주 지긋지긋해! 그러니까 이제 좀 그만해!”
신우의 화난 얼굴이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는 듯 경직되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 그 얼굴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간 흔들리지 않겠다던 결심이 무너질 것 같아 결국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지긋지긋해?”
되묻는 신우의 목소리가 낮고도 고요했다.
“그래, 지긋지긋해! 넌덜머리가 나!”
나는 바닥의 한 점을 노려보며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거짓말임이 분명한데, 입 밖으로 토해 낸 순간 진심이 되었다.
신우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매번 휘둘리는 것도, 그럴 때마다 혼자 괴로워하는 것도, 가망 없음을 알면서도 자꾸 기대하게 되는 것도, 모두모두 지긋지긋했다. 친구니까, 친구라서, 그런 개소리도 지긋지긋했고, 그런 개소리만으로도 특권을 누리는 듯 우월감에 빠지는 나 자신도 이젠 넌덜머리가 났다.
“내가 너한테 그것밖에 안 돼? 정신우가 이준아한테 고작 그런 인간이야?”
도저히 대꾸할 수가 없어 어금니만 힘껏 깨물었다. 온몸 가득 물이 차오르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네 말대로 나 지긋지긋해. 넌덜머리 나는 놈이야. 집착하고, 간섭하고, 아주 거머리처럼 들러붙고. 네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미친놈처럼 달려들고 보는 그런 놈이야. 어차피 그런 놈이니까. 차라리 잘됐다. 이미 너한테 그런 놈으로 여겨지고 있었다니 이젠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어.”
언제나 당당하고, 똑바르고, 거침없던 녀석이, 녀석답지 않게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아까 그놈은 뭐야. 이령이 자식이 좋다며. 그런데 그놈은 또 뭐냐고.”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런 걸 묻는 건가.
그 고집스러움에 화가 나는 한편, 그럼에도 녀석이 질투를 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그 모순되는 감정에 자학이라도 하듯 입술을 깨무는데 코앞까지 다가온 신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놈이 뭔데 너한테 그런 짓까지 하게 내버려 둬! 도대체 그 새끼가 뭔데 널!”
“그런 짓이 뭔데? 아무 짓도 안 했어. 없었던 일 각색해서 만들지 마. 기분 나빠.”
줄곧 바닥을 향했던 시선을 들어 신우를 올려다봤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 신우의 얼굴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너, 그런 거 싫어했잖아.”
“그런 거라니?”
“끔찍하다고 했잖아!”
“대체 무슨 소리야!”
“이젠 하고 싶어? 그럼 나랑 해!”
“제대로 알아듣게 말해!”
“사랑, 나랑 하자고!”